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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포함] 3/8(일)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관극 후기(이지혜, 윤형렬, 이건명, 노윤, 유소리)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관람 후기입니다.

By No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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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2026년 3월 8일(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상영된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의 이지혜, 윤형렬, 이건명, 노윤, 유소리 캐스팅 관람 후기입니다.


관극 후기

세간의 혹평

작품을 관람하러 가기 전, 이전 관람 후기를 자세히 찾아봤습니다. 다른 뮤지컬들이 9.7, 9.8 등의 평점을 가지고 있는 것과 달리, '안나 카레니나'의 평점은 겨우 7.4점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세종문화회관의 음향 문제, 옥주현 배우의 기량 문제, 연출과 전개 문제, 사상이 우리와 맞지 않다 등 가지각색의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평점을 적어도 9.5점, 아니 10점을 주고 싶습니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많았지만 좋은 부분이 더 많았습니다.

음향은 생각했던 것보다는 괜찮았고, 이지혜 배우의 안나는 그야말로 안나 그 자체, 연출과 전개는 미리 안나 카레니나 원작을 읽고 갔기에 이해가 가능했습니다. 사상이 우리와 맞지 않은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저에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뮤지컬이었습니다.

'안나 카레니나' 이지혜

이지혜 배우님은 수년 전부터 좋아했던 배우였지만, 이번 작품에서 처음 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1부에선 목 컨디션이 좋은 것 같진 않았습니다. 살짝 갈라지는 느낌도 있었고, 제가 알던 크리스틴 다에의 이지혜와는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느낌이 2부에서 몰입감을 극대화해주었습니다. 살짝 갈라지는, 진성의 음색은 안나의 파멸적인 감정을 섬세하게 드러내는 도구가 되었습니다. 또한 이지혜 배우의 연기는 완벽했습니다. 표정연기와 손짓, 목소리 연기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습니다. 제가 이 공연에 대해서 긍정적인 감정을 더 크게 느끼게 된 것에는 이지혜 배우님의 연기의 공이 상당히 클 것입니다.

'레빈' 노윤

의외로 극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배우입니다. 배우들 중 가장 노래의 가사가 잘 들리는 배우였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레빈의 목소리와는 다소 다른 점이 있으나 충분히 매력있었습니다.

'키티' 유소리

유소리 님의 키티는 작고 연약한 소녀를 잘 표현했습니다. 꾀꼬리같은 음색은 키티라는 캐릭터에 상당히 부합했습니다. 그러나 성량 부분에서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이지혜 배우와의 듀엣 '그때 알았더라면'에서 이지혜 배우에게 목소리가 많이 잡아먹히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작품 해석

석영중 교수의 어떻게 살 것인가 EP.08 을 참고했습니다.

톨스토이의 '성장'

톨스토이가 말하는 성장이란, 변화를 수용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세상에 변화하지 않는 것은 없고, 그 속에서 변함없는 사랑, 즉 영원을 바라면 파멸합니다. 극 중 안나는 이런 파멸의 결정체입니다. 안나는 기차역에서 브론스키와 만나고, 기차역에서 자살합니다. 결국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이, 스쳐 지나가는 강렬한 욕망에 이끌려 변함없는 사랑을 갈망하다가 사망합니다. 사랑 또한 변하고, 그에 따라 소통하고 몰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안나와 브론스키는 그런 과정이 부족했습니다.

M.C?

다들 M.C가 작품의 흐름을 망치는 존재라고들 합니다. 그런데 저는 M.C가 작품 속 변화를 나타내는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M.C는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노래만 합니다. '철길 위는 위험해, 신의 심판 받고 싶지 않다면' 등의 가사를 노래합니다. 이러한 가사가 안나가 자살하게 될 운명이라는 것을 암시합니다. 이는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고 신의 심판을 받았다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평가

긍정적 평가

2부 연출과 배우의 명연기

2부의 연출은 1부의 급전개와 달리 어느정도 개연성을 띄며 이해가 쉽습니다. 임팩트도 더 강합니다. 특히, 이지혜 배우의 타락하고 파멸한 안나는 압권이였습니다. 자장가 씬에서는 사랑과 욕망에 자신을 바쳤음에도 불구하고 이전의 아들에 대한 어머니의 마음을 이지혜 배우 특유의 음색과 스산한 듯한 연기로 몰입하며 느낄 수 있었습니다. '키티' 역의 유소리 배우와의 '그때 알았더라면' 에선 음색의 질감으로 표현되는 그 절망이 저에게 크게 와닿았습니다.

한경미 패티의 '오, 나의 사랑하는 이여'는 정말 황홀했습니다. 노래가 끝나지 않길 바랐습니다. 하지만 저는 극중극을 보고 있는 안나(이지혜)의 표정을 더 깊게 살폈습니다. '후회 없는 사랑, 날 쓰러트리네. 내 사랑 그대여, 죽음 같은 사랑.' 가사가 안나에겐 어떤 의미였길래 그런 비극적 결말까지 닿게 되었을까. '자신을 무엇을 위해 그에게 사랑을 바치고 그토록 사랑을 갈망했나. 그는 더 이상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데.' 하지만 안나는 후회하진 않았을 겁니다. 후회했다면 용서를 구하고, 사랑하는 아들을 만나러 갔을 것입니다. 후회하지 않고, 아직도 그를 사랑하고 있기에, 그런 자신이 미웠을 것입니다.

그렇게 안나가 기차에 치여 사망할 때, 안나는 마치 날개를 펴고 자유를 향해 날아가는 것 같았습니다. '자유와 행복'을 노래하며 자유를 찾던 안나는 그 누구보다 사랑에 자신을 가두었고 자연히 행복과는 서서히 멀어져 갔습니다. 죽을 때가 되서야 자신을 사랑으로부터 해방하고 톨스토이가 말하는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앙상블 군무

앙상블 군무는 '와 저걸 한다고' 싶을 정도로 힘들어 보이며 묘기 수준의 것이었습니다. 특히 풀베기 씬에서의 앙상블 군무는 서커스를 방불케 했습니다. 이 앙상블 군무는 공연의 화려함을 한층 더해주고, 다소 지루할 수도 있는 안나 카레니나라는 작품에 한줄기 빛이였습니다.

부정적 평가

1부 연출

먼저 연출 면에서 할 말이 많습니다. 뮤지컬을 보기 전 원작을 약 200쪽 정도 읽어서 그런가(200쪽 정도까지가 안나와 브론스키가 만나는 과정입니다.), 그 과정이 너무 많이 생략되었습니다. 가장 아쉬웠던 것은 안나와 브론스키의 기차역에서의 첫 만남이 통째로 사라진 것입니다. 또 안나가 페테르부르크에서 모스크바로 오게 되는 과정인 오블론스키와 돌리의 관계도 암시되기만 할 뿐, 극에서는 표현되지 않았습니다.

기차역에서의 만남은 톨스토이가 이 작품, '안나 카레니나'로 말하려고 하는 것의 그 시작이며 전부입니다. 원작에서 안나는 브론스키와 모스크바 기차역에서 처음 만나게 되는데, 이 때 역의 경비원이 기차에 치여(몸이 두 동강으로 갈라졌다고 합니다.) 숨지게 됩니다. 작품 해석에서도 말했지만, 안나의 심리를 해석해 볼 때, 기차역에서의 브론스키와의 만남이 자신의 일생의 모든 것을 망쳐놓았지만 그럼에도 브론스키의 사랑을 갈망하는 자신을 경멸하여 그와의 시작을 소멸시키기 위해 기차역에서 자살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그러나 뮤지컬에선 이 처음이 완전히 삭제됐기에, 마지막의 자살이 갑작스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오블론스키와 돌리의 불륜을 통째로 편집해버린 것은 안나가 페테르부르크에 오는 직접적인 이유인 그것을 없애버린 것과 같기에, 개연성에 상당히 지장을 줍니다. 안그래도 전개가 빨라서 따라가기도 힘든데, 개연성까지 개나 줘버리니, 혹평이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이는 제가 '안나 카레니나'를 미리 읽고 간 이유이기도 하며 석영중 교수님의 강의를 들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세종문화회관의 음향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의 음향은 아무리 감싸주고 싶어도 감쌀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생각보다는 괜찮았습니다. 2층의 1열 거의 중앙에 좌석이 있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독백과 솔로, 혹은 듀엣 넘버는 가사가 80%이상 들렸으며 소리 뭉개짐도 적었습니다. 그러나 4인 이상이 같은 노래를 부를 때(브론스키와 브론스카야 백작부인, 안나와 알렉세이) 아무런 가사도 알아들을 수 없었습니다. 이는 앙상블도 똑같았습니다. 이는 몰입을 저지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사운드 자체의 품질도 좋다고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물론 배우님들의 성량이 얼굴에 꽂히는 것은 맞았으나 서라운드로 저를 감싸는 음향은 아니였습니다. 이는 제가 다른 극장의 음향 시설을 잘 몰라서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패티(소프라노 한경미)의 '오, 나의 사랑하는 이여' 에서, 제가 기대한 현장감을 느끼지 못한 것이 큰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다소 소박한 소품

LED 패널, 계단, 2층 데크 말고는 소품이 없습니다. 이것을 배우들이 옮기며 연기를 합니다. 보는데 조금 짜치는 느낌이 들긴 했으나, 그렇게 큰 변수는 아니었습니다.

총평

클래식 대작을 완전히 다 남아내지는 못했지만, 그 감정선을 느끼기엔 충분합니다. 특히, 이지혜 배우의 열연은 그것을 채웠습니다. 앙상블의 군무도 화려했습니다. 그러나 음향 문제, 전개 문제는 어쩔수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싼 티켓값의 가치는 하는 공연이었습니다. 당일치기로 부산에서 서울에 혼자 갔다 왔는데, 거의 25만원이 들었음에도 공연이 끝나자마자 그 가치를 뛰어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관극 전 추천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원작 읽기 & 석영중 교수님 강의 듣기

안나 카레니나 뮤지컬만 가지고는 내용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내용을 알고 본 저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살짝 있었습니다. 전개가 하이라이트를 훑는 것 처럼 매우 급속도로 진행되기 때문에 미리 원작을 읽거나 석영중 교수님의 강의를 통해 어떤 장면인 지 알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IKZyubdVUIk&t=88s&pp=ygUW7ISd7JiB7KSRIO2GqOyKpO2GoOydtA%3D%3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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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DevOps Engineer. 금융과 여행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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